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 반대에 대한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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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회복지학회 댓글 0건 조회 138회 작성일 23-09-19 16:53본문
[성명서]
노인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절대 반대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기요양제도는 장기간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돌봄의 공급주체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영리법인과 개인사업자까지 포함하는 매우 경쟁적인 시장체계로 전환하였다. 이로 인하여 모든 공급자들은 기관의 생존을 최우선시 함으로써 시장화 폐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장기요양 시장화의 폐해를 줄이고 제도의 공공성 증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2023년 7월 19일 개최한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돌봄제도의 공공성 추구라는 시대적 사명과는 정확히 역행하는 행태이다. 우리 학자들은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절대 반대한다.
첫째,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할 수 있다.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10인 이상 노인이 거주하는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하려면 토지 및 시설을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노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임차 제도를 허용해 주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매입이 아닌 전세, 장기 리스 등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시설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거나 시설의 모기업이 갑자기 파산하여 노인요양시설이 폐업할 경우 거주하던 노인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이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한 미국, 영국이 이미 경험하였던 사회문제이다. 특히 영국은 노인요양시설을 750개 보유하고 있었던 Southern Cross라는 회사가 2012년 갑자기 파산하면서, 노인 3만 명이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둘째,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투기 자본의 유입, 시설의 난립, 폐업 이후 개설 등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손해보업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적은 자본금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장기요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투기성 자본의 유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노인요양시설 연구를 살펴보면, 사모펀드와 같은 투기성 자본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공급자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다가 3~7년 후에는 시설을 매매하고 시장을 떠나버린다. 이들은 장기적 시설 운영을 통해 노인을 안정적으로 돌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뿐만 아니라 더 적은 자본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쉽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악덕한 개인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여 단기간 수익을 창출한 후 폐업을 하였다가 다시 대표자 명의를 바꾸어서 시설을 개설하는 행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셋째, 기존 시설 설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가 새로 시장에 진입한 공급주체에게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이다. 현재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공급자들은 법인과 개인의 자산을 투입하거나 은행에서 대출 등을 받아 어렵게 시설을 설립하였다. 그런데 손해보험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서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시설들은 훨씬 적은 자본금으로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고,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넷째, 노인요양은 시설보다는 재가 서비스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는 재가 서비스 중심으로 가는 것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정부담도 절감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인요양시설의 임차허용은 시설 요양의 과대 공급을 유인하고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므로 요양서비스의 발전 방향에 역행한다.
결국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노인의 주거권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시장 진입을 통해 시설 매매와 폐업의 위험이 증대될 것이다. 소규모 사업자의 시설 설립으로 인한 시설 난립, 기존 시설 설립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등, 현재 시장화의 폐해를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건·복지 분야의 총 19개 학회는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 훼손을 가져올 것이 명백한, 노인요양시설의 임차허용을 반대한다. 정부는 노인요양시설의 임차허용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해야한다. 더 나아가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aging in place)가 가능하도록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2023. 08. 21
건강정책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중앙사회복지연구회, 한국건강형평성학회, 한국노년교육학회, 한국노년학회, 한국노인간호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한국사례관리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한국사회복지연구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한국사회정책학회,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이상 총 19개 학회)
*본 성명서 관련 문의는 한국노인복지학회 회장 남현주(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010-7171-2806)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부회장 전용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010-5399-0156)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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